[2021 중앙일보 대학평가] 계열평가-자연과학·공학계
송영민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운데)는 최근 열화상 카메라로 감지가 가능한 위조 방지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지난달 29일 학생들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로 숨겨진 이미지를 관찰하고 있는 송 교수. [사진 GIST]
송영민(40) GIST(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학교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생활 속에서 찾은 아이디어로 연구 성과를 내서다. 그는 최근 열화상 카메라로 감지가 가능한 위변조 방지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적외선 정보를 이용해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그림이나 글자가 열화상 카메라로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진품과 가품을 구별해내거나 신분증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송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체온 측정이 일상이 된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무더위 속 찜통이 되는 자동차의 온도를 낮추는 친환경 구조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GIST는 연구 시설 공간이 넓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돼있다”며 “학교가 특허 출원이나 기술이전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했다.
송 교수가 소속된 GIST는 2021 중앙일보 대학평가 계열평가에서 자연과학 11위, 공학 9위에 올랐다. 올해 처음 평가 대상이 된 GIST는 우수한 연구 실적과 교육 여건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GIST는 2010년에 첫 학부생을 받은 짧은 역사에도 교육여건 부문이 우수했다. 자연과학·공학계열 모두 등록금 대비 장학금, 등록금 대비 교육비가 1위였다. 교수들이 기업 등에 기술을 이전하고 얻은 수익도 4위였다. GIST는 기초연구역량을 산업에 접목해 실용화 단계로 이어지는 기술사업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자연과학·공학 계열평가 1위 KAIST
올해 자연과학 계열평가는 38개 대학, 공학 계열평가는 46개 대학을 대상으로 했다. 두 계열 모두 1위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차지했다. 포스텍(포항공대)은 두 계열 모두 2위다. 지난 2019년 평가에서는 두 계열 모두 포스텍이 1위, KAIST가 2위였는데 올해는 자리를 바꾸며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이어 자연과학 계열은 서울대 3위, 성균관대·연세대(서울) 공동 4위, UNIST(울산과학기술원) 6위였고, 공학 계열은 UNIST 3위, 한양대(서울) 4위, 성균관대 5위 순서다.
1위에 오른 KAIST는 특히 연구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다. 자연과학, 공학 모두 산학협력수익과 기술이전 건당 수입액이 1위다. 공학계열 교수당 교내연구비도 1위로 학교 자체적인 연구 지원금도 많았다.
암 연구에 20년 넘게 매진해 온 조광현(50)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최근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 노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KAIST가 연구에 강한 이유에 대해 “한정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궁극의 질문’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는게 KAIST”라고 밝혔다.
조광현(50)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오른쪽)는 최근 역 노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조 교수가 소속된 KAIST는 2021 중앙일보 자연과학·공학 계열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사진 KAIST]
논문의 질 1위 UNIST…연세대는 국제협력 강화
UNIST(공학 3위, 자연과학 6위)는 이공계에서 논문의 질이 가장 높다. 공학·자연과학 계열평가 모두 국제학술지 논문당 피인용 1위다. 양창덕(48)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도 논문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 주역 중 한 명이다. 최근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차세대 태양전지 핵심소재를 개발해 이목을 끌었다. 2009년 UNIST 개원 때부터 원년 멤버였던 양 교수는 “UNIST는 한 편을 쓰더라도 질 높은 논문을 쓰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논문 수는 적더라도 인용수가 많아지고 활용도도 높아지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연세대(자연과학 4위, 공학 8위)도 교수당 국제논문이 많은 대학이다. 연세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과 협력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난 2017년 구축했다. ‘연세 프런티어 랩(Yonsei Frontier Lab)’이다. 텔아비브 대학교 등 해외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해외 우수교원을 초청하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채정림 연구전략팀장은 “연구자 생애 맞춤형 연구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피인용 횟수 중심의 인센티브를 도입해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실험실 창업에 강한 포스텍, 학생교육 부문 1위
포스텍은 지난 7월 창업 기업 입주공간인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준공했다. 이 공간에는 4차 산업 분야에서 유망한 68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사진 포스텍]
자연과학·공학 2위인 포스텍은 학생교육 부문 점수가 1위로 특히 높았다. 취창업에 강하다는 의미다. 특히 활발한 실험실 창업이 핵심 비결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부생 때부터 소속 학과 실험실에서 연구에 참여하면서 확보한 전공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7월에는 창업 기업 입주공간인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준공해 4차 산업 분야에서 유망한 68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연구 부문에서도 미래 핵심역량을 AI(인공지능)와 바이오로 정하고, 교수에게 연구비 3억을 지원하는 ‘차세대 리더 연구자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노준석(40)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는 '투명망토' 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메타물질을 활용한 나노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AI 드론' 교과 과정 개설한 항공대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이 AI 융합 캡스톤 수업에서 드론 관련 실습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대]
한양대(ERICA)는 공학계열에서 현장실습 참여학생 비율이 5위다. 2004년부터 산학협력중심 대학 육성 사업을 시작해 기반을 다져왔다. 산업체 및 연구소와의 활발한 협력과 현장실습을 특화했다. ‘학·연·산 클러스터’ 교과목이 대표적이다. 캠퍼스 내 10만 평 부지에 입주한 연구센터와 산업체를 통해 현장실습과 산학협력 교육을 받는다. 실질적 창업 교육을 강조하는 이 대학은 2012년 2학기부터 ‘특허와 협상’이라는 교과목을 통해 특허를 출원해왔다.
한국항공대는 공학계열 산학협력수익 부문에서 3위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과학기술교수 1인당 산학협력수익이 1억3671만원에 달했다. 항공우주특성화 대학인 항공대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으로 선정되며 AI드론 교과과정을 개설했다. 수강생이 자유롭게 수업을 짤 수 있다. AI 관련 경진대회와 창업 등을 통해 학기 구분 없이 학점을 취득하는 ‘초월학기제’가 대표적이다. 타 학과 학생들과 팀을 구성해 AI 드론과 관련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유닛학점제’도 있다.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이후연·함민정 기자, 김수빈·정민경·최다빈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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