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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얼라이브2025]⑪ "연구가 대중과 만나면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 jyjang77
  • 3일 전
  • 3분 분량

PR어워드 수상 한국연구재단 송영민·서동현·고홍숙


지난달 19일 한국연구재단에서 만난 서동현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원과 송영민 KAIST 교수, 연구재단 강동환 실장, 고홍숙 연구원(왼쪽부터). 한국연구재단 제공
지난달 19일 한국연구재단에서 만난 서동현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원과 송영민 KAIST 교수, 연구재단 강동환 실장, 고홍숙 연구원(왼쪽부터). 한국연구재단 제공

[편집자주] 과학이 연구실 밖을 나와 대중에게 닿기까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가교가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이 대중과 소통하는 법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사이언스얼라이브(Science Alive)'를 매년 개최했습니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사이언스얼라이브 2025'는 12월 11일 대전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당신 곁의 과학(Science Beside U)'을 주제로 열립니다. 과학 연구가 우리 삶과 어떤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인공지능이 과학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제2회 PR 어워드' 시상식도 진행됩니다. PR 어워드는 연구성과 보도자료(프레스 릴리즈)를 평가해 상을 수여하는 국내 유일 과학 보도자료 시상식입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PR 어워드를 수상한 연구자들과 커뮤니케이터들의 이야기를 릴레이 인터뷰로 전합니다.


"연구가 대중과 만나면 일반인부터 기업, 초등학생까지 모두의 사고가 넓어진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PR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된 송영민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대중 소통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송 교수팀은 인간의 신경 구조에서 착안한 차세대 인공지능(AI) 이미지 센서를 개발했다. 사람의 뇌처럼 빛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하나의 센서에 담은 기술이다. 별도 이미지 처리 기술 없이도 낮과 밤,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지 않고 안정적인 얼굴 인식이 가능해 자율주행차, 스마트 로봇, 보안 시스템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성과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보도자료로 배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정부 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고 연구성과 확산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자체 보도자료 배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보도자료는 온라인, 지면, 방송 등 20여 건의 기사로 이어졌다.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린 공로로 송영민 교수와 서동현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원, 고홍숙 한국연구재단 대외홍보실 홍보전략팀 연구원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수상자들을 한국연구재단에서 만났다. 강동환 한국연구재단 대외홍보실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보도자료 배포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직접 내는 것과 다르다. 송 교수는 "일단 선정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 연구실당 홍보 횟수에 제한이 있고 지원받은 과제 내용과 실제 연구가 일치하는지를 꼼꼼히 본다. 외부 전문가 검토도 거친다. 고홍숙 연구원은 "해당 분야 전문위원이 보시고 의견을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까다로운 선정 과정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려면 지원받은 과제와 연구 내용이 일치해야 하니까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목적을 잊지 않고 연구했다는 걸 스스로도 학생들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며 "검증된 연구라는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보도자료 배포 이후 연구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홍보 품질을 점검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 "내가 읽으면 이해가 가나"에 초점

 

보도자료 초안은 서동현 연구원이 처음 써봤다. 그는 "보도자료 양식이 잘 갖춰져 있고 예시도 잘 돼 있어서 참고하기 좋았다"며 "연구 동기나 한계점은 교수님과 매주 미팅하면서 '이 연구를 왜 했지', '한계가 뭐였지'를 계속 이야기하던 내용이라 수월하게 썼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민은 전문 용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였다. 송 교수는 "단어 선택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원래 'tripartite synapse'를 처음에 '3자 시냅스'라고 했다가 이상하니까 '3단자 시냅스'로 바꿨다. 내가 읽으면 이해가 가나를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송 교수 연구실은 논문 단계부터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그리는 데 공을 들인다. 송 교수는 "생물 모방 연구가 많다 보니 그림을 잘 도식화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보도자료도 논문에 있던 그림을 그대로 옮기고 한글로만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실 문화가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는 쪽"이라고 덧붙였다.

 

제목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처음엔 '빛 감지·기록·처리 일체형 강유전체 광소자'였다. 고 연구원이 '뇌 신경 구조'로 바꾸자 서 연구원이 "'뇌'는 너무 협소하니까 '인간의 신경 구조'로 좀 더 넓게 잡는 게 낫겠다"고 의견을 냈다. 결국 '인간의 신경구조에서 착안한 AI 이미지 센서 개발'로 확정됐다.

 

고 연구원은 "초안이 워낙 훌륭했고 수정 의견을 보내면 답도 빨랐다"며 "메일로 주고받아도 서로 공감대가 바로 형성됐다. 제가 하나를 얘기하면 거기에 더해서 돌아왔다"고 협업 과정을 설명했다. 초안부터 완성까지 하루 이틀이면 충분했다.

 

기사가 나간 뒤 서 연구원은 기사 주소를 지인들에게 보내고 부모님께도 자랑했다. 개인 이력서에도 넣었다. 송 교수는 언론 홍보의 효과로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꼽았다. "학생들뿐 아니라 부모님, 지인까지 동기부여가 명확하게 된다"며 "기업에서 연락이 오면 상용화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전에도 산업체 공동 연구로 이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과거 경험을 덧붙였다. "예전에 했던 '곤충 눈 사진기' 연구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면서 고등학교 과학 교사 대상 강연으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초등학교 6학년 과학 교과서에도 실렸다"며 "그때 연구가 학계나 산업계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사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얼라이브 2025 프로그램.
사이언스얼라이브 2025 프로그램.

[LINK] 동아사이언스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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