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풍뎅이 등껍질의 다채로운 빛깔, 1볼트로 구현하다"
- jyjang77
-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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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KAIST, 빛의 방향과 전압으로 색을 제어하는 초저전력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개발
GIST(GIST, 총장 임기철)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정현호 교수와 KAIST(KAIST) 송영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기 자극과 빛의 방향(편광/polarization*)에 따라 색상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카이랄(Chiral) 플라즈모닉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빛이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원형편광' 특성을 가진 빛에 반응하는 나선형 금 나노구조에 전압을 걸면 색이 바뀌는 전기변색 고분자(Polyaniline)를 결합해, 기존 기술로는 어려웠던 넓은 색상 범위(눈에 보이는 색 대부분인 287나노미터(nm))를 1볼트(V) 이하의 저전압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편광(polarization): 빛의 파동이 진동하는 방향이 일정하게 정렬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자연광은 여러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편광 필터나 반사/굴절 등 특정 조건을 거치면 한 방향 성분만 남게 돼 편광이 형성된다. 이러한 편광의 특성을 이용하면, 물질의 구조적 비대칭성(카이랄성)에 따라 빛의 흡수나 반사 색이 달라지는 이색성(dichroism)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전기변색(Electrochromic) 소자는 전압을 걸면 색이 변하는 기술로, 스마트 윈도우나 저전력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색 변화 폭이 좁거나 고전압이 필요해, 한 픽셀 안에서 다양한 색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연계에서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보석풍뎅이 등껍질 등 나선 구조의 '카이랄성(chirality)'에서 착안해, 빛의 회전 방향(LCP/RCP)*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이색성(Dichroism)'을 전기변색과 결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했다.
카이랄성(거울상 비대칭성)은 거울에 비추어도 서로 겹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카이랄성을 나노미터 수준(nm, 1억분의 1 미터 정도)에서 구현하면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을 낼 수 있다.
* 회전 방향(LCP/RCP): 빛의 원형편광에서 전기장이 회전하는 방향을 뜻한다. 빛의 파동이 진행하면서 전기장이 왼쪽으로 회전하면 왼손 원형편광(LCP, Left Circular Polarization), 오른쪽으로 회전하면 오른손 원형편광(RCP, Right Circular Polarization)이라 부른다.
연구팀은 금 기반의 나선형 나노구조체를 제작하고, 그 위에 전기변색 고분자 물질(PANI)*을 균일하게 코팅해 전압 및 편광에 따라 투과색이 달라지는 카이랄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구현했다.
이 메타표면은 노광 공정 등 복잡한 미세가공 없이 대면적 기판에서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어 산업적 확장성이 높다. 또한, 한 번 전압을 가해 색을 바꾼 뒤에는 전기변색 물질의 메모리 특성으로 인해 전원을 끊어도 약 15분간 색상이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효과를 나타낸다.
* 전기변색 고분자 물질(PANI, Polyaniline): 전압을 가하면 전자 이동에 따라 색이 가역적으로 변하는 전도성 고분자다. 산화/환원 상태에 따라 굴절률과 흡수율이 달라지므로, 전기 신호로 색을 조절할 수 있다.
제작된 메타표면은 287나노미터에 달하는 넓은 색 영역으로, 가시광선 영역에서 빨강/초록/파랑(RGB) 등 기본 색을 포함한 모든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0.25초 이하의 빠른 색상 전환 속도를 보였다.
또한 1,000회 이상의 반복 구동 후에도 안정적으로 색상이 변하며, 제작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해 우수한 내구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특히, 1볼트 이하의 낮은 전압으로 구동되며, 1제곱센티미터당 약 1.3 밀리와트(1.3 mW/cm²) 수준의 초저전력으로 동작해, 가시광 전 영역에서 에너지 효율적인 색상 제어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메타표면을 4개의 픽셀로 구성한 광(光) 논리 메모리 소자로 확장해, 전압과 편광의 조합만으로 162가지 색상 조합을 구현했다.
이는 기존의 2진(binary) 논리를 넘어서는 3진(ternary) 광 논리 체계로, 고밀도 광 데이터 저장과 시각 정보 암호화 등 차세대 광 기반 정보처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2진(binary) 논리는 정보를 0과 1의 두 가지 상태로 구분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회로나 메모리 소자가 사용하는 기본 원리다. 이에 비해 3진(ternary) 논리는 0, 1, 2의 세 가지 상태를 활용해 정보를 표현함으로써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처리할 수 있다.
GIST 정현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편광성과 전기 자극을 결합한 새로운 색 제어 방식을 도입한 사례로, 전력 소모가 낮고 색상이 선명한 차세대 광소자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향후 저전력/고해상도 야외 디스플레이와 광학 메모리, 보안 디스플레이 소자에 응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KAIST 송영민 교수는 "편광에 반응하는 전기변색 소자는 AR/VR 디스플레이, 센서, 그리고 포토닉 컴퓨팅 등 다양한 광 기반 기술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정현호 교수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송영민 교수가 지도하고 GIST 김주환/한장환/김규린/김도은 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 미래기술연구실사업 및 국가 연구인재 양성 프로그램 '이노코어(InnoCORE)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ACS Nano'에 2025년 10월 1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센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LINK] 베리타스알파 김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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